중국 최고 권위 ‘마오둔문학상’ 수상작과 현대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걸작선을 소개하는 ‘더봄 중국문학’ 시리즈 중의 하나인 소설 [다인]은 차와 차문화를 주제로 한 독보적인 장편소설이다. 무엇보다 독자들은 책의 곳곳에 펼쳐지는 작가의 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놀라고 그에 못지않은 문학성에 전율하게 된다. 소설 [다인]은 3부작으로 구성돼 있다.
제1부 <남방의 차나무(南方有嘉木)>는 청나라 말기부터 1930년대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녹차의 고장인 항주 망우차장(忘憂茶莊)의 3대에 걸친 인물들이 다양한 신분,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의 차 산업과 차문화의 흥망성쇠에 참여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제2부 <불야지후(不夜之侯)>는 차가 정신을 맑게 하여 밤을 잊게 해준다는 의미로써 차의 별칭이다. 동란의 시대인 항일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항씨 가문 주요 인물들의 운명적인 부침, 혼란스러운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직면하게 되는 서로 다른 선택과 모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 이 시기 중국 차 산업의 파란만장한 발전사도 보여준다.
제3부 <차로 성을 쌓다(築草爲城)>은 1950년대부터 20세기 말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항씨 가문이 ‘문화대혁명’이라는 엄청난 동란의 시대에 수많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차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는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활동 시기는 19세기 중반의 태평천국(太平天國) 때부터 시작해 무술변법(戊戌變法), 신해혁명(辛亥革命)까지를 우선 아우른다. 이어 지난 세기 초, 중반의 1, 2차 국공합작(國共合作)과 항일전쟁, 신중국 건국,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시기 등을 관통한 후 ‘사인방(四人幫)’ 제거 및 개혁개방 실시에까지 이른다. 거의 130년에 걸친 역사가 이 소설에 녹아 있다. 그러면서도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차(茶)를 매개체로 해 각자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의 형상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고자 하는 목표를 잃지 않는다.
이 소설은 중국의 역사, 특히 차의 역사와 중국 민간기업의 발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단언한다. 여기에 읽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는 사실까지 더하면 이제 더 이상의 설명은 사족에 속한다. 한국에 대한 상식이 다소 있는 중국 독자들이 이 소설을 중국판 [토지]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은 다 나름의 까닭이 있다. 저자인 왕쉬펑은 중국차업박물관(中國茶業博物館)에서 근무했는데 그녀가 차에 대한 중국 최고의 권위자인 것은 바로 이런 이력 때문이다. 첫 작품은 대학 재학 시절인 1980년에 썼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 1990년부터 10년 동안 공을 들인 [다인] 3부작으로 2000년 중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5회 마오둔(茅盾)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오랜 무명생활에서 벗어나 마침내 국가급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후 저장농림대학 차문화학원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문단에서는 저장성 작가협회 부주석으로 ‘중국의 박경리’라고 할 만한 대작가이다. [다인] 3부작의 1부인 <남방의 가목>은 1997년 20부작 드라마로 방영되었는데 최근 다시 50부작으로 제작되어 2018년 12월에 방영을 앞두고 있다.
책은 왕쉬펑지음, 홍순도 역, 더봄, 각권 15,000원
<출처 : 뉴스 차와문화(2018.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