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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을 만들고,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를 만든다

무한대자유 2018. 2. 15. 06:09

 

사음수성독 우음수성유(蛇飮水成毒 牛飮水成乳)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을 만들고,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를 만든다.'는 뜻인 '사음수성독 우음수성유'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래 이 말은 지눌스님(知訥1158~1210)의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에 나오는 말로써 똑 같이 불교에 귀의하여도 '어떤 사람은 생사 문제에나 매달리지만, 현명한 이는 깨달음을 추구한다'는 뒷문장과 연결되어 있다.
 불교를 믿는다는 말은 글이나 배우고 맹목적인 신행을 하는게 아니다. 그리고 경전을 배운다는 말은 믿고 따른다는 말로 실천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또 불교 본래의 길인 깨달음과 자비의 실천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똑같이 불교라는 물을 마시지만 그 나아가는 방향은 너무나 다르다. 이를 현실에서 이야기하면 이럴 것이다.
 똑같이 법을 배우지만 어떤 이는 이것을 악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고, 또 어떤 이는 막힌 곳을 뚫고 맺힌 곳을 풀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재물을 가지고 투기나 악한 곳에 사용하는 반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의로운 곳에 사용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이는 약을 독으로 또 어떤 이는 독을 약으로 사용할 것이다. 이처럼 똑 같은 것을 가지고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 가운데 하나인 '시비(是非 옳고 그름)'의 문제를 이야기해 보자.
 불교에서 '시비'를 논할 때 주로 '진리이냐 아니냐' 하는 것을 문제 삼는다. 즉 이 가르침은 진리인가? 아닌가? 하는 것으로, 누군가를 두고 '옳니, 그르니' 하는 식의 '시시비비'를 통해 감정적인 '다툼'으로 이어지는 '시비'와는 거리가 멀다.
 불교에서  '시와 비'는 논서에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를 '시와 비'라고 하지 않고 '파사현정*(破邪顯正
잘못된 견해에 사로잡힌 것을 타파하고, 옳은 진리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즉 진리이냐 아니냐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근래에 이런 종류의 책을 본적이 있다. 어떤 이가 학벌이라는 권위와 대중의 인기를 내세워 '설'을 풀다가 뒷덜미가 잡혔는데, 여기서 논하는 것은 그것이 진실이냐 아니냐 하는 시각에서 그 오류를 바로 잡는 것이었다. 물론 표현의 과격함은 없지 않았지만, 그것이 문제를 바로 잡는 노력까지 흐릴 만큼 큰 오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보통 사람사이의 시비는 '그 일이 합당한가?' 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가?' 등, 사리(事理)를 따라 정(正)과 사(邪)를 나누는 방식으로 문제를 헤아리기보다는, 먼저 자신의 감정이나 성향등으로 판단했다가, 그것을 드러낼 때는 시비쪼로 다툼이라는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감정적인 '폭로성' 내지 '비난성' 발언으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고 또 상대 역시 감정적인 '맞불성' 발언으로 방어와 공격이 이루어지는 양상을 띠며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필자가 가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성숙한 비판 보다는 "저 사람은 어떻고.......", "그 곳은 어떻 고...."하는 식의 '시비'를 자주 듣게 된다. 따라서 그런 자리에서는 먼저 일어나면 곤란해진다는게 필자의 경험이다. 이유는 미루어 짐작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옇튼 이럴 때 마다 생각나는 것은 <계초심학인문>에 '대객언담 불득양어가추 단찬원문불사(對客言談 不得揚於家醜 但讚院門佛事)'라는 말이다. 이것은 '사람과 이야기할 때, 집안의 나쁜 점을 드러내기보다는 좋은 점을 찬탄하라'는 뜻으로 비난성의 시비 논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왜 힘써 좋은 점은 찬탄하지 못하는가" 하고 반문해보고 싶다.
 오늘도 투쟁적인 '시비 (是非)'의 화살들이 난무할 것이다. 그 화살은 결국 자신을 향해 되돌아 온다는 이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엄청난 양을 쏘아댈 것이다. 그러다 그 화살이 자신을 향해 되돌아 올 때 '다툼'이라는 방패로 막으려 들것이다. 이런 사람의 대부분은 자신이 하는 일은 옳고 남이 하는 것은 틀렸다는 굳은 신념을 가지는게 보통이므로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려다 보니 어느 한 구석 마음에 드는게 없다. 결국 '시비'라는 독 화살을 꺼내 들고 무차별 공격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명한 이는 자신을 향해 '파사현정'이라는 '시비'의 화살을 과감히 쏠 것이다. 그래서 잘못된 견해나 독선, 아집 등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다.
* 蛇(뱀 사) 飮(마실 음) 水(물 수) 成(이룰 성) 毒(독 독) 牛(소 우) 飮(마실 음) 水(물 수) 成(이룰 성) 乳(젖 유)
* 破(깨뜨릴 파 ) 邪(삿될 사) 顯(나타낼 현) 正(바를 정)

출처 : KSCPP
글쓴이 : 행복한 사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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