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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테이키(作庭記)』 의 작정원리 연구
- 풍수론(風水論)을 중심으로 -
김승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A Study on Garden Design Principles in “Sakuteiki(作庭記)”
- Focused on the “Fungsu Theory”(風水論) -
Kim, Seung-Yoon
Korean National Commission for UNESCO
국문초록
본 연구는 11세기말경 일본 헤이안 시대에 편찬된 것으로 알려진 조원고서 사쿠테이키(作庭記) 를 동아시아적 시각에서 고찰한 것이다. 사쿠테이키 는 동아시아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조원이론서라 할 수 있는데, 대륙(한국과 중국)에서 연원한 일본 고대 정원문화의 지혜가 축적되어 있다. 정원문화와 관련된 동아시아의 전통 작정원리 중 본 연구에서는 건강하고 복된 거처를 찾는 문화에서 형성된 풍수론(風水論)에 기반을 둔 것들을 추출하여 해석하였다.
풍수론은 중국 한나라 때 음양오행론과 함께 형성되어 정원을 포함한 인간의 거처 조성에 폭넓게 활용되었다. 이 전통은 한반도를 통하여 일본에 전래되고, 또 중국과의 직접 교류를 통해 일본 문화에 통합되었다.
『사쿠테이키』에 나타난 작정원리들 중 동아시아의 풍수론에 근거한 것들은 “사신상응의 땅”, “사방에 나무심기”, “기의 흐름”, “곡선과 비대칭”, “산은 제왕 물은 신하”라는 주제어로 요약될 수 있다.
“사신상응(四神相應)의 땅”과 “사방에 나무심기”라는 작정원리는 풍수의 “명당론(明堂論)”에 해당된다.
『사쿠테이키』에서 말하는 사신상응의 땅은 동쪽에 유수(流水), 서쪽에 대도(大道), 남쪽에 연못(池), 북쪽에 언덕(岡)으로 둘러싸인 지세를 말하며, 중국의 양택풍수서인 택경(宅經)에 기원한다. 이 원리에 따라 도시가 계획되었고, 그 축소 모델로 귀족의 저택이 만들어졌다.
인공으로 조성된 사신(四神)인 계류와 연못이 있는 정원(南庭)은 명당자리에 해당된다.
『사쿠테이키』에서는 또한 이와 같은 사신(유수, 대도, 연못, 언덕)이 없을 경우 사방에 나무를 심어 대신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식재법은 택경 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6세기 중국의 농서인 제민요술(齊民要術) 에도 유사한 내용이 있다. 또한 식재하는 나무의 숫자를 추적한 결과, 고대 역(易)의 원리인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의 숫자와 관계가 있고, 한국의 산림경제 에 나오는 용도서(龍圖墅: 河圖의 원리에 맞춘 별장)의 식재원리와 연결된다.
다음 “기의 흐름”과 “곡선과 비대칭”의 원리는 풍수의 “생기론(生氣論)”에 해당된다.
『사쿠테이키』에서는 순류와 역류 방향을 통해 기의 올바른 흐름이 제시되고 있으며, 『사쿠테이키』에서 제안하는 구불구불한 계류의 곡선, 다리와 돌의 비대칭적 구성, 그리고 연못의 들쭉날쭉한 가장자리선 등은 모두 기가 모이도록 하는 방법으로, 풍수의 생기론과 상통하는 원리이다.
마지막 원리인 “산은 제왕, 물은 신하”는 풍수의 “형국론(形局論)”에 해당된다.
『사쿠테이키』는 정원을 만드는 의미를 산은 제왕, 물은 신하, 돌은 보좌신(輔佐臣)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왕이 보좌신의 도움을 받아 백성을 잘 다스리는 상황을 돌의 도움으로 산(흙)이 물을 조절하는 생태적 현상에 비유한 것이다. 이는 자연 지형을 사회체제나 인물, 동물, 사물 등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풍수의 형국론과 통한다.
이상과 같이『사쿠테이키』에 나타난 주요 작정원리들은 동아시아 전통인 풍수론의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사쿠테이키』는 일본의 특정시대에 특정한 정원의 작정법을 기술한 책이지만, 거기에는 일본 고대의 정원문화, 나아가 동아시아 고대 정원문화의 지혜가 종합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그 중요성을 발견할 수 있다.
주제어: 사쿠테이키(作庭記), 조원고서, 동아시아적 작정원리, 일본정원, 풍수론
†: 이 논문은 박사학위논문 사쿠테이키(作庭記) 연구-동아시아적 작정원리를 중심으로 (2013. 2. 서울대학교)의 일부를 수정한 것임. Corresponding author: Seung-Yoon Kim, Korean National Commission for UNESCO, Seoul 100-810, Korea, Tel.: +82-2-6958-4105,
Ⅰ.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본 연구는 약 천 년 전 일본에서 저술된 정원 이론서, 『사쿠테이키』에 나타나 있는 동아시아적 작정원리를 특히 풍수론에 근거하여 재해석하고자 한다.『사쿠테이키』는 11세기경 일본 헤이안 시대에 저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체계적인 정원서가 편찬된 것은 17세기 명나라 때의 원야 (園冶)가 처음이기 때문에 『사쿠테이키』는 이보다 많이 앞선다. 한편, 일본의 정원문화 자체는 대륙(중국과 한국)에서 시작되어 일본에 전해졌고, 대륙으로부터 일본에 전해진 정원문화는 차츰 독자적인 양식으로 변용되었다. 『사쿠테이키』는 나라 시대에 이어진 헤이안 시대 중기에 성립된 신덴즈쿠리(寢殿造) 정원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그 시기에 이르기까지 정원과 관련된 동양의 전통문화가 폭넓게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쿠테이키』의 원문은 일본의 고문, 즉 고대 히라가나와 한문 붓글씨로 쓰인 필사본으로 오랫동안 비밀스럽게 전수되다가 에도시대에 목판본으로 편찬되었다. 그 내용은 작정의 요지에서부터 연못과 계류를 만드는 법, 섬과 폭포를 만드는 법, 돌을 놓는 법, 나무를 심는 법 등 실용적인 작정법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밖에 불교나 풍수, 정원과 관련된 금기사항들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고대 동아
시아에서 형성되어 당시 일본에까지 전래된 동아시아의 자연관과 그것에 바탕을 둔 작정원리들을 읽을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고대 동양에서 정원과 관련하여 오랫동안 형성되었고, 『사쿠테이키』이후로도 계속되었던 중요한 인식체계들 중에서 자연 생태를 연구하여 인간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복락을 누리고자 하는 문화와 관련된 풍수론(風水論)에 주목하고자 한다. 풍수론은 현대 조경학으로 보면 생태론에 가깝지만 좀 더 포괄적이며 여러 가지 동양의 사상체계에서 미분화된 개념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사쿠테이키』라는 문헌을 분석하여 동아시아의 풍수론에 뿌리를 둔 작정원리들을 해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하여 『사쿠테이키』가 단지 일본문화의 소산이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차원의 지혜가 집적되어 있음을 밝히고, 또한 그와 관련된 한중일 3국 문화의 교류와 변용도 함께 추적하고자 한다. 아울러 이와 같은 작업을 통해 동아시아 전통정원의 의미를 새롭게 환기하고자 한다.
2. 연구의 범위 및 방법
1) 연구의 범위
본 연구의 논의는 일본 헤이안 시대에 쓰인 『사쿠테이키』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일본의 헤이안쿄(平安京, 현대의 교토)와 인근 지역이 주로 언급될 예정이지만, 포괄적으로는 한중일 동 아시아 3국이 공간적인 연구의 범위이다.
시간적으로도 『사쿠테이키』에서 주로 언급하고 있는 신덴즈쿠리 정원이 유행하였던 헤이안 시대(794~1185)가 중심이 될 것이지만, 동아시아의 정원문화, 특히 풍수론과 관련해서는 후대의 사실들도 부분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다.
본고에서 다룰 내용적 범위는 『사쿠테이키』에 나타나 있는 동아시아적 작정원리 중에서 풍수론과 관련된 것들로 한정할 것이다. 즉, 인간의 거처 및 복락과 관련된 생태적 자연으로서의 풍수(風水)의 개념이 중국에서 형성되고, 한국을 거쳐 일본에 전래된 사실들을 추적하고, 사쿠테이키 에서 추출한 작정 원리들을 동아시아의 풍수원리들과 연관시켜 고찰할 것이다.
미적 자연으로서의 산수(山水)의 개념과 관련된 작정원리들에 대한 해석은 별도의 논문에서 다루게 될 것이다.
2) 연구의 방법
본 연구는 주로 문헌연구를 중심으로 수행하였으나, 『사쿠테이키』에 나타난 작정원리들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정원(유구, 복원지 포함)의 답사도 함께 수행하였다.
연구에서 1차적으로 검토한 문헌들은 『사쿠테이키』의 원문 및 현대어 해설본, 번역본 등이다. 필자는 이 연구의 일환으로 Jiro Takei와 Marc P. Keane의 공저인 “Sakuteiki: Visions of the Japanese Garden”(Takei and Keane, 2001)을 번역하여 논문작성에 활용했다. 그리고 『사쿠테이키』와 관련된 원전 및 해설서들, 연구논문들을 수집하여 검토했다. 『사쿠테이키』원문 및 해설서의 종류와 내용에 관해서는 다음 절 선행연구의 검토 부분에서 다시 언급하고자 한다.
3. 선행 연구의 검토
『사쿠테이키』를 주제로 한 국내 연구로 최현임의 “橘俊綱의 조원이론서인 作庭記에 관한 연구"(Choi, 2002)이 있고, 이 논문은 사쿠테이키 의 성립배경에 대한 기술, 『사쿠테이키』내용에 대한 간단한 소개, 그리고 사쿠테이키 와 관련된 정원의 소개가 주 내용으로서 『사쿠테이키』의 작정원리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다.
풍수론과 관련하여 사쿠테이키 에 대한 고찰을 한 책으로는 김두규의 조선풍수, 일본을 논하다 (Kim, 2010)가 있는데, 『사쿠테이키』에 나오는 풍수 이론을 한국 풍수와 비교하여 다루면서 풍수론 입장에서 일본 정원문화에 대한 고찰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본 연구와 관련하여 필자가 번역․출간한 『사쿠테이키』-일본정원의 미학 (Kim trans., 2012)이 있는데, 이 책은 『사쿠테이키』와 헤이안시대의 문화를 소개하면서 『사쿠테이키』의 내용을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 즉 자연, 풍수, 불교, 금기에 대하여 해설하고 있다.
원래 이 책에서는 『사쿠테이키』원문의 영어번역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필자는 이 영어번역문을 참고로 하되 다니무라본(谷村本) 원문과 일본어 현대역을 대조하여 원문을 새로 번역했다. 본 논문에서 인용한 『사쿠테이키』원문은 이 책의 졸역을 따른다.
일본에서출판된 사쿠테이키 전문연구서로서 본 연구에 참고한 것들은 Sakuteiki 『作庭記』(Tamura, 1964), Zukai Sakuteiki『図解作庭記』(Saito, 1966), Sakuteiki Hisho 『作庭記秘抄』(Hisatusne, 1979), Sakuteiki Kara Mita Zoen 『作庭記からみた造園』(Hida,1985), Sakuteiki no Sekai 『作庭記の世界』(Mori, 1986), Sakuteiki『作庭記』(Hayashiya, 2001), Niwashi ga Yomitiku Sakuteiki 『庭師が讀みとく作庭記』(Ono, 2008), Kaisetsu Senzuinarabiniyagyozu Sakuteiki 解說 『山水並野形図․作庭記』(Uehara, 2006) 등이있고, 그리고중국학자의 『사쿠테이키 번역 및 연구서로 Sakuteiki: Yizhu yu Yanjiu 『《作庭记》译注与研究』(Zhang, 2004)가 있다. 영어서적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사쿠테이키』 해설 및 영문 현대역인 Sakuteiki: Visions of the Japanese Garden(Takei and Keane, 2001)이 있다. 그리고 Günter Nitschke의 Japanese Gardens(Nitschke, 2007)에서도 『사쿠테이키』 의 작정원리와 신덴 정원에 대한 고찰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 학자 Toshiro Inaji 의 영문판 연구서인 The Garden as Architecture: Form and Spirit in the Gardens of Japan, China and Korea(Inaji, 1998)에도 역시 신덴즈쿠리 건축과 함께 『사쿠테이키』 의 작정원리를 다루고 있다.
이밖에 『사쿠테이키』의 풍수론과 관련된 논문들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Nishigaki Yasuhiko(西垣安比古)의 “풍수사상으로본 『사쿠테이키』 ”(Nishigaki, 1992)는 보통은 잘 주목하지 않은 『사쿠테이키』내의 풍수 및 금기에 대하여 짤막한 고찰을 제공하고 있으며,
Tatara Miharu(多多良美春) 등은“전통 정원의 공간구성에 관하여- 『사쿠테이키』의 유로를 중심으로” (Tatara et al. 1992)에서 『사쿠테이키』에 나오는 물 흐르는 방향에 대한 문헌 및 사례연구를 하였고,
Mizuno Aki(水野杏紀)는 “사신상응과 식물-영조택경과 『사쿠테이키』를 중심으로” (Mizuno, 2008)에서 『사쿠테이키』에 나오는 사신상응의 개념이 중국 당나라 때 완성된 『택경』에서 온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사신상응 및 식재 원리와 관련한 사항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Huang Yungjung(黃永融)과 Honda Shoichi(本多昭一)는 “일본고대 궁도의 부지선정과 중심축선 계획에 관하여-풍수사상으로 본 고대 궁도계획 연구”(Huang and Honda, 1995)에서 헤이안쿄 입지의 사신상응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다.
본 본문은 위의 선행연구들을 참고하여 『사쿠테이키』에 나타나 있는 작정원리들을, 특히 동아시아의 풍수론의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위의 연구들 중에는 풍수론의 관점에서 『사쿠테이키』의 작정원리들을 통합적으로 다룬 것이 없다.
국내에서는 『사쿠테이키』의 작정원리에 대한 전문연구 자체가 없고, 위에서 언급한 김두규(Kim, 2010)의 연구는 일본의 도읍지 풍수를 논하면서 『사쿠테이키』와 일본의 정원문화에 관해 다루고 있지만, 『사쿠테이키』에 나타난 작정원리를 중점적으로 다룬 연구가 아니다.
필자가 번역한 Takei와 Keane의 연구(2001)에서는 『사쿠테이키』에 나타난 풍수론을 풍수와 금기 부분에서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으나, 주로 서양의 독자들을 위해서 기초적인 풍수론을 설명하고, 헤이안 시대에 독특한 금기 문화를 해설하는 데 그치고 있다. 『사쿠테이키』의 풍수론과 관련하여 사신상응, 음양오행론 등을 일반적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비보론에 의한 나무심기, 그리고 생기론이나 형국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러 작정원리들을 놓치고 있다. 또한 Nishigaki(1992)의 연구는 짤막한 글로서 『사쿠테이키』에 나타난 풍수적 언급들을 간단히 소개하고 있을 뿐 풍수론과 관련된 작정 원리들을 체계적으로 논하지 못하고 있다. Tatara 등(1992)과 Mizuno(2008)의 연구는 각각 『사쿠테이키』의 유로 구성 원리와 사신을 대신하는 식재법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이지만 『사쿠테이키』에 나타난 작정원리들을 풍수론의 입장에서 전체적으로 조망하지 못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사쿠테이키』에 나타난 풍수론에 근거한 작정원리들을 전체적인 시각에서 종합하였고, 본 연구를 통해서 선행연구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았던, 곡선과 비대칭의 원리, 형국론에 의한 작정원리들을 새롭게 분석하였고, 또한 조선의 산림경제나 임원경제지와 『사쿠테이키』와의 관련성을 추가적으로 발견하였다.
4. 작정원리 해석의 틀
『사쿠테이키』는 정원 만들기에 대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비전서라는 특징상 그리 체계적으로 서술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비체계적인 『사쿠테이키』에서 핵심적인 작정원리들을 추출하여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전통적인 작정(혹은 조경) 원리는 오늘날과 같이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고, 다양한 차원의 개념들이 혼재해 있어 역시 명료화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필자는 『사쿠테이키』에 나타난 작정원리들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면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정원에 어떻게 재현하는가와 관련된 산수론과 인간(거주자)에게 유익한 환경과 생태를 어떻게 조성하는가와 관련된 풍수론으로 가를 수 있다고 보았다. 이 논문에서는 후자의 풍수론에 따르는 작정원리들을 분석하고자 한다.
풍수론은 고대 중국에서 발생하여 동아시아 전체에 확산된 사상 혹은 과학 체계인데, 인간의 삶에 적합한 자연환경을 찾거나 조성하는데 적용된 원리들이다. 사실 서양에서도 어떤 장소의 특징을 읽는 것과 관련하여 “場所의 精靈(genius loci)”이라는 개념이 있었고, 이것은 나중에 조경의 원리로 인식되어 왔다1).
풍수론은 자연의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인간에게 유익한 환경과 생태를 마련하려는 노력에서 출발한 학문으로서, 역, 음양오행설, 기철학 등 동양의 고대 형이상학과 연결된 매우 복잡한 지식체계이다. 이는 점복이나 미신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더욱 양상이 복잡하고 그정수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사쿠테이키』에는 풍수라는 용어 자체는 없지만 풍수론에 해당하는 여러 가지 원리들이 등장한다. 사신상응의 땅, 오행의 상생상극, 비보, 기의 흐름, 방위론 등은 정원의 조성에 필수적인 원칙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사쿠테이키』에서 이들은 금기라는 이름으로 정원 만들기를 통제하는 원리로 제시되어 있다.
이와 같은풍수론은 오늘날의 개념으로 본다면 생태론(生態論)에 가깝다. 물론 오늘날 서양의 자연과학을 바탕으로 출발한 생태학은 인문학적 원리와 밀접하게 연결된 풍수론과는 다른 점이 많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인문적인 풍수론은 환경생태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서 그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2).
여하튼 풍경론이 미와 예술에 관한 것이라면 생태론은 과학에 관한 것이다. 산수론이 풍경론보다 포괄적이고 미분화된 것처럼 풍수론도 생태론에 비하면 범위가 더욱 넓고 다양한 요소들이 섞여 있다.
주 1. 제니우스 로치(genius loci)는 장소의 정령(수호신, 수호령, 영), 지령(地靈) 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데, 위키피디아의 설명에 의하면 “geniusloci는 원래 로마시대 신앙체계에서 어떤 한 장소를 수호하는 정령으로
써 뿔과 접시, 뱀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서로마 제국의 많은 제단들이 어떤 특정의 장소의 수호신에 바쳐진 것을 볼 수 있다…오늘 날은 어떤 장소의 독특한 분위기(a location's distinctive atmosphere)나 장소의 정신(a spirit of place)을 의미하는 것으로 쓰인다.”라고 하고 있다
주 2. Jo, In-Cheol(2008) pp. 414-439 참조.
이와 같이 『사쿠테이키』에 나타나는 작정원리들 중에서 풍수론과 관련된 것들을 나타나는 빈도나 중요성에 비추어 “사신상응”, “사방에 나무심기”, “기의 흐름”, “곡선과 비대칭”, “산은 제왕 물은 신하”라는 5개의 주제어로 추출하였다. “사신상응”과 “사방에 나무심기”는 길지의 구성원리인 “명당론(明堂論)”과 연결되고, “기의 흐름”과 “곡선과 비대칭”은 생기를 모으는 방법인 “생기론(生氣論)”에, 그리고 “산은 제왕, 물은 신하”는 사물을 형상으로 해석하는 “형국론(形局論)”에 해당된다(Table 1 참조).
Table 1. Key words of garden design principles by Fungsu theory
Design principles |
Original text |
General concepts |
Place in harmony of four guardian gods |
四神相應の地 |
Myeongdang theory |
Planting trees in the 4 cardinal directions |
四方に木を植える |
Myeongdang theory |
Flow of Chi |
順流, 逆流, 惡氣 |
Saenggi theory |
Curved line and asymmetry |
龍蛇行道, 筋違 |
Saenggi theory |
Mountain is king, water is people |
山爲帝王 水爲臣下 |
Hyeongguk theory |
Ⅱ. 풍수론의 형성과 일본 전래
『사쿠테이키』저자는 “금기에 대한 지식이 없이 자연 풍경 만을 보고 정원을 만드는 것은 무모하다”(Kim trans., 2012: 83)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자연 산수의 아름다움을 집안에 구현해서 즐거움을 얻는 것 외에도 정원을 만드는 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음을 말해준다. 정원은 그 주인인 가족들이 건강하고 복된 삶을 누릴 수 있는 안전하고 조화로운 삶터여야 한다는 또 하나의 조건이 필요한 것이다. 정원이 그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지 아름답기만 한 장소가 아니라, 우주론적으로 혹은 생태적으로 조화된 장소가 되어야 한다. 『사쿠테이키』시대에는 풍수라는 인간의 삶터와 관련된 동아시아의 지식체계가 이미 전래되었고, 따라서 그 원리가 정원에도 적용되었다.
풍수론은 고대 중국에 발생하여 한나라 때 이르러 음양설 등의 가해져 완성된 학설로 알려져 있는데, 음양오행(陰陽五行), 역(易), 기(氣) 등 동양의 우주론이 모두 종합되어 있고, 또한 과학적인 요소와 비과학적인 요소도 함께 병존하는 복잡한 지식체계이다. 또한 그것이 인간의 삶과 길흉화복을 다루기 때문에 동아시아 세계에서 매우 깊게 뿌리를 내린 사상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도 이미 삼국시대에 음양오행이나 사신수(四神獸) 같은 개념이 보급되었고, 통일신라기에는 일반적인 의미의 풍수사상이 유행하였으며, 고려, 조선시대에는 도읍을 정할 때 풍수이론이 적용되었다. 한국에서는 특히 음택풍수와 비보 풍수가 발달했다.
사실 풍수라는 개념은 역사적으로 매우 다양한 용어로 쓰였는데, 감여(堪輿), 형법(形法), 지리(地理), 복택(卜宅), 상택(相宅), 도택(圖宅), 청오(靑烏), 청낭(靑囊), 음양(陰陽), 옥척(玉尺), 산수지술(山水之術), 이의지술(理義之術) 등으로 불렸다 (Wang, 2006: 135).
김두규(Kim, 2010: 196)는 풍수라는 용어보다는 역사적으로 지리, 지술, 감여, 상지라는 말이 더 보편적이었고 풍수라는 용어가 최초로 나온 것은 청오경(靑烏經)이었지만, 그 이후로도 풍수라는 용어는 그다지 쓰이지 않았고, 주도적인 용어가 된 것은 1945년 이후라고 한다. 그는 일본에서도 헤이안 시대에 풍수라는 용어는 없었을지 모르나, 지리(地理)나 상지(相地) 같은 용어는 있었을 것이라고 한다.
풍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지식체계인데, 서양의 자연과학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동양의 환경 지혜로서 긍정적인 측면에서 풍수가 재평가되기도 한다. 풍수는 원래 지리(地理)의 다른 말이며, 동양의 지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양의 지리학과는 그 관점이 다르다. 무라야마 지준(Jeong trans., 1991: 21-22)은 서양의 지리학은 땅을 광물이나 무생물로 취급하고 땅과 사람의 관계는 사람이 이용하기에 달렸다고 하여 땅을 수동적인 위치에 놓는다. 그러나 동양의 지리학, 즉 풍수는 땅을 능동적인 것으로 보며, 땅은 만물을 낳고 변화시키는 생활력을 가지고 있어서 이 활력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인간에게 길흉화복을 주며, 땅에 존재하는 생기는 인체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본다. 이러한 풍수의 사고방식은 신비주의적인 요소도 있지만 경험과학으로서 해명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어떤 경우든 풍수는 기(氣)라는 신비로운 힘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풍수란 인간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생기(生氣)를 사람이 사는 곳(혹은 묘지에까지)에 모아두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함이고, 그러한 이상적인 공간은 명당(明堂)이라는 개념으로 요약된다. 그리고 이 명당의 개념은 도시와 성곽, 마을, 관청, 주택 등 살아 있는 사람들의 거주지와 묘지 등 사자를 안장한 곳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이 때문에 생자를 위한 풍수를 양택풍수라 하고, 사자를 위한 풍수를 음택풍수라 하는데, 일본에서는 양택풍수를 가상(家相)이라 하고, 음택풍수를 묘상(墓相)이라 했다(Yi trans., 2010: 6, 26-27).
그러면 『사쿠테이키』에도 등장하는 이와 같은 풍수론은 언제 일본에 전래되었는가? 정원문화가 백제로부터 일본에 전해졌듯이 풍수론도 백제에서 일본으로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니혼쇼키(日本書紀) 스이코 천황(推古天皇) 10년(602년)조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백제의 승 관륵(觀勒)이 왔다. 曆의 책, 天文地理의 책과 아울러 둔갑방술(遁甲方術)의 책을 바쳤다. 이 때 書生3, 4인을 골라, 관륵에게 학습시켰다. "
(百濟僧觀勒來之. 仍貢曆本及天文地理書, 幷遁甲方術之書也. 是時, 選書生三四人, 以俾學習於觀勒矣. (Jeon trans., 1989: 382)
관륵이 전했다는 책 중에서 풍수에 가장 가까운 것은 천문지리서이지만, 책력이나 둔갑방술서도 풍수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기록이 사실이라면 백제에는 7세기 초 이전에 풍수(천문지리)가 보급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또한 일본은 최소한 7세기 초 무렵에는 풍수론을 받아들였다고 할 수 있다.
또 일본은 7~9세기경 중국(수, 당)에 직접 대규모 사절단을 보내 적극적으로 중국문화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풍수론도 백제에서 배운 것과 별도로 직접 받아들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면 수나라 때 소길(蕭吉)이 그 이전까지의 오행론을 집대성한 책인 오행대의(五行大義)를 편찬했는데, 일본에는 이 책이 편찬 후 곧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일본에 있었던 12단계의 계급제도는 오행대의에 근거한 것으로 생각된다.또한 헤이안 시대에는 온요료(陰陽寮)라는 관청에서 풍수 관련 일들을 담당했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을 온요지(陰陽師)라고 했는데, 천문, 기상, 책력, 택일, 점복 등을 담당했다. 또한 온요하카세(陰陽博士)라는 교수 직업도 있었으며, 온요료 일을 주로 담당했던 가문을 온요케(陰陽家)라고 했다3). 즉, 일본에서는 백제에서 풍수론을 받아들인 후 한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또다시 풍수론을 받아들이고 국가적으로 활용했던 것이다.
주 3. 오행대의와 온요료, 온요지 등에 대해서는 Kim, Seung-Yoon trans.(2012)pp. 170-172 참조.
그렇다면 『사쿠테이키』에 나오는 풍수론은 언제 어떻게 일본에 들어왔을까? 여기에 하나의 열쇠가 있다.
『사쿠테이키』에는 풍수론을 설명할 때 어떤 경전을 인용하는 부분이 여러 번 나온다. 이 경전이 무엇인지를 알면 『사쿠테이키』의 풍수론의 유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경서에 따르면(經云) 물이 동쪽에서 남쪽으로 다음에 서쪽으로 흐르는 것을 순류(順流)라 한다. (Kim trans., 2012: 60)
경에 이르기를(經云) 집의 동쪽에 흐르는 물(流水)은 청룡이다.(op. cit.: 83)"
이 경서는 중국에서 당나라 때 쓰였을 것으로 추측되는 『택경(宅經)』 이라고 생각된다. 『택경』에 나오는 사신상응의 땅에 대한 기술이 『사쿠테이키』 와 완전히 똑같기 때문이다. 유명한 온요지(陰陽師) 아베노세이메이(安倍晴明)가 지었다는 『호키나이덴(簠簋內傳)』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어서 그것을 뜻한다는 설도 있다(Hayashiya, 2001: 22). 그러나 『호키나이덴』 의 내용 자체가 『택경』에서 왔을 수가 있다.
사신상응설과 연관된 『택경(宅經)』의 일본 전래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논하기로 한다. 우선 『사쿠테이키』에 사신에 관한 언급은 나무심기에 관한 부분(樹事)에서 자세히 나온다.
즉, 나무로 사신을 대신하는 내용을 설명하면서 사신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거소의 네 방위에 나무를 심어서 사신이 잘 갖추어지도록(四神具足) 해야한다. 경에 이르기를
집의 동쪽에 흐르는 물(流水)은 청룡이다. 거기에 물이 없다면 대신에 아홉 그루의 버드나무(柳)를 심으라.
서쪽에 있는 큰 길(大道)은 백호이다. 큰길이 없다면 그 자리에 일곱 그루의 개오동나무(楸)를 심으라.
남쪽의 연못(池)은 주작이다. 거기에 연못이 없다면 거기에 아홉 그루의 계수나무(桂)를 심으라.
북쪽의 언덕(岡)은 현무이다. 거기에 언덕이 없다면 세그루의 편백나무(檜)를 심으라.
이 법칙에 따르면 사신이 어우러진 장소(四神相應)가 되어 벼슬과 재물(官位福祿)이 따르고, 무병장수(無病長壽)하게될것이다. (Kimtrans., 2012: 83-84)"
이와 같이 유수, 대도, 연못, 언덕으로 사신을 삼고, 그것을 집터 조성 원리로 삼는 이론은 1560년 명나라 때 편찬된 『거가필용사류』 (居家必用事類)에 포함된 『영조택경』 (營造宅經)에도 유사한 내용이 있다4).
이 『영조택경』은 일본에 도입되어 같은 내용이 1673년에 출판되었다.
"집의 좌측에 유수(流水)가 있는 것이 좋다. 그것을 청룡이라 한다. 우측에 긴 길(長道)이 있으면 백호라 한다. 앞에 연못(汗池)이 있으면 주작이라 한다. 뒤에 구릉(丘陵)이 있으면 현무라 한다. 이는 최고로 귀한 땅이다. 만약 그러한 형상이 없으면 흉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나무를 심어라.
동쪽에 복숭아와 버드나무(桃柳)를, 남쪽에 매화와 대추나무(梅棗)를, 서쪽에 치자와 느릅나무(梔楡)를, 북쪽에 능금나무와 살구나무(柰杏)를 심어라 5)."
주 4. 영조택경 인용문과 관련 내용은 Mizuno, Aki(2008) 참조.
주 5. 北京圖書館書籍出版社編輯組. 『北京圖書館古籍珍本叢書刊』 61 子部雜家類.(書目文獻出版社1988). Mizuno, Aki(2008) 참조.
이 내용은 역시 명나라 때 출판된 『양택십서』 (고금도서집성감여부)에도 거의 같은 내용이 있고, 한국에서는 홍만선의 『산림경제 』와 서유구의 『임원경제지』 에도 거의 같은 내용이 나온다.
"무릇 집의 왼쪽에 유수, 오른쪽에 큰길, 앞쪽에 연못, 뒤쪽에 구릉이 없다면 동쪽에 복숭아와 버드나무를, 남쪽에는 매화와 대추나무를, 서쪽에는 치자와 느릅나무를, 북쪽에는 능금나무와 살구나무를 심으라. 이는 청룡백호주작현무를 대신 할 수 있다.
(凡宅 若無左流水 右長途 前汚池後丘陵 則東種桃柳 南種梅棗 西種梔楡 北種柰杏 亦可代靑龍白虎朱雀玄武) (Jang et al. trans., 1985: 39)"
내용 중 『사쿠테이키』의 大道, 池, 丘라는 표현이 영조택경에는 長道, 汗池, 丘陵으로 표시된 것과 나무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그런데 『영조택경』이나 『양택십서』는 『사쿠테이키』보다 편찬 연대가 뒤이기 때문에 『사쿠테이키』의 풍수가 중국에서 전래된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오래된 전거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택경』의 저술 시기에 대해서는 수많은 설들이 있고, 그 중 송나라 때 저술되었다는 설도 6) 있는 등 그 저술시기에 대해 정설이 없었는데, 20세기 초 돈황에서 발견된 많은 사본들 가운데 『택경』이 들어 있어 『택경』 의 저술연도가 당나라 이전이라는 설이 인정받게 되었다. 돈황 사본에는 5세기 초에서 1002년 까지의 문헌이 보존되어 있었다. 이 『돈황 택경』에도 사신(四神)에 대한 유사한 내용이 나오고, 나무를 심어 사신을 대신하는 법도 나온다. 사신의 내용은 거의 일치하고 나무의 종류와 숫자는 조금 다르다.
"황제가 지전에게 묻기를 무엇을 청룡, 백호, 주작, 현무라 합니까? 지전이 대답하기를 왼쪽에서 남으로 흐르는 물(南流水)을 청룡이라하고, 오른쪽에서 남행하는 대도(大道)를 백호라하고, 앞에 있는 연못을 주작이라 하고, 뒤의 구릉을 현무라 합니다.
皇帝問地曹(典),何爲靑龍, 白虎, 朱雀, 玄武地典答曰: 左南流水爲靑龍, 右有南行大道爲白虎, 前有汚(洿)地(池)爲朱雀, 後有丘陵爲玄武(Jin eds., 2007: 54)
"무릇집에서 동쪽에 청룡인 남류수가 없으면 푸른오동나무 여덟 뿌리를심고, 서쪽에 백호인 대도가 없으면 가래나무 아홉뿌리를 심고, 남쪽에 주작인 연못이 없으면 대추나무 일곱 뿌리를 심고, 북쪽에 현무인 구릉이 없으면 느릅나무 여섯 뿌리를 심어라.
凡宅, 東無靑龍及南流水, 種靑桐八根. 宅西無白虎, 巷門大道, [種]梓樹九根. 宅南無朱雀洿池, 種棗樹七根. 宅北[無] 玄武丘陵, 種楡樹六根. (op. cit. : 48)"
위에 인용문들을 종합해 보면 명나라 때(16세기) 편찬된 『영조택경』이나 『양택십서』의 내용은 조선 후기(17~18세기) 홍만선이 편찬한 『산림경제』와 사신을 대신하는 나무 종류가 똑같고 나무 숫자가 명시되지 않는 점이 똑같아 『산림경제』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 확실하다.
한편, 『사쿠테이키』 에 나오는 내용은 『돈황택경』의 기술과 더욱 유사하다. 사신의 내용은 거의 동일하고, 또한 사신을 대신하여 심는 나무의 숫자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택경』의 저술연대가 『사쿠테이키』보다 앞서고, 그 내용이 유사하기 때문에 『사쿠테이키』의 사신에 대한 이론은 『택경』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다만 그 사본이 일본에 어떤 형태로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Mizuno(2008)는 당나라 때 呂才가 641년에 찬한 陰陽書에 포함되어 일본에 들어왔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여재가 찬한 음양서 53권에는 『택경』 , 『장서』 등 풍수지리서가 들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일본의 쇼쿠니혼기(續日本紀) 에는 나라시대에 陰陽寮의 陰陽生을 위한 필독서로 『新撰陰陽書』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목록에는 『주역』 과 『오행대의』도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오행대의』 의 저자인 수나라의 소길도 『택경』 을 저술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에(Chang, 2009), 『오행대의』 와 함께 그가 쓴 『택경』 이 일본에 전해졌을 것이라는 가설도 가능하다.
한국의 경우, 삼국시대부터 풍수론을 중국으로부터 받아들여 한국적인 풍수 문화가 발달했지만, 『택경』 에 나오는 四神의 개념은 홍만선과 서유구 등 조선 실학자들의 저서에서야 나타나고 있다. 물론 그 이전에(예를 들면 통일 신라나 고려시대에) 『택경』 이라는 양택풍수서가 한국에 유입되었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
주 6. 사고전서 총목제요에 택경의 저술시기를 송대 이전이라고 함. Chang, Sung-Kyu(2009). p. 71 참조.
Ⅲ. 작정원리 해석
1. 사신상응의 땅
정원이란 주거 공간의 하나이므로 풍수지리적으로 조화로운 터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쿠테이키』에서는 그와 같이 풍수지리적으로 조화된 땅을 사신상응(四神相應)의 땅이라 했는데, 이 개념은 동양 사회에서 수천 년 이어져 내려온 뿌리 깊은 상징체계 중의 하나이다.
이상과 같이 『택경』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지는 『사쿠테이키』의 사신상응의 땅에 대해서 그 의미를 더 고찰해 보기로 한다.
사신(청룡․백호․주작․현무)은 원래 고대 중국에서 사방(四方)의 성좌(星座)를 각각 동물형으로서 나타낸 것이다. 즉, 북극성을 중심으로 칠수(七宿, 7개의 별) 씩으로 구성된 사방 성좌의 모습이 동물(즉, 사신의 네 동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 착안하여 각 방위마다 상상속의 동물을 배치한 것이다.
그래서 동방 7수가 배열된 모습은 청룡을, 북방 7수가 배열된 모습은 현무를, 서방 7수가 배열된 모습은 백호를, 그리고 남방 7수가 배열된 모습은 주작을 닮았다고 보았다. 나침반이 발명되기 이전에 고대인들이 천체의 움직임을 보고 방위를 인식한 것은 당연한 현상이며, 별자리를 동물이나 인간에 비유하여 인식했던 것도 동서의 고대 문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바이다.
이처럼 네 방위를 수호하는 동물은 사신수(四神獸)라고도 하고, 고구려 고분 벽화, 일본 아스카의 다카마쓰 고분 벽화 등 동아시아 고대 문화의 중요한 도상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나중에 사신 개념은 풍수사상과 결합하여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땅(길지 혹은 명당)을 이루는 지세를 가리키게 되었다.
풍수의 고전인 곽박의 『葬書』에는 지형의 四神化에 대하여 “玄武垂頭, 朱雀翔舞, 靑龍蜿蜒, 白虎蹲踞(현무는 머리를 숙인 듯하고, 주작은 춤을 추며 날아오르는 듯하고, 청룡은 꿈틀거리는 듯하고, 백호는 웅크리고 있는 듯하다)”라 하여 사신이 어울리는 지형지세를 묘사하고 있으며, 『禮記․曲禮』에는 “行前朱鳥以後玄武, 左靑龍而右白虎”라 하여 전후좌우 사방에 사신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地理人子須知』에는 “朱雀․玄武․靑龍․白虎, 四方宿名也. 然則地理以前山爲朱雀, 後山爲玄武, 左山爲靑龍, 右山爲白虎, 亦假借四方之宿以別四方之山, 非謂山之形皆欲如其物也(주작,현무,청룡,백호는 사방 별자리의 이름이다. 그런즉 풍수지리에서 앞산을 주작으로 하고, 뒷산을 현무로 하며, 좌산을 청룡으로, 우산을 백호로 한다. 이는 사방의 산으로 사방 별자리 대신하는 것으로 산의 모양이 그 사물과 같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 하여 풍수지리에서 사방의 산(山)을 사신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7).
주 7. 위의 사신(四神)에 대한 풍수 고전의 인용문은 Huang, Jungjung and Honda, Shoichi(1995) 참조.
이와 같이 사산을 사신으로 하는 풍수형국은 태조산으로부터 이어지는 용맥이 현무인 주산(主山혹은 坐山)과 연결되어 있고, 명당 앞에 있는 안산(案山)을 주작으로 하고, 명당의 좌우를 둘러싼 산맥을 청룡과 백호로 하면서, 또한 명당을 둘러 싸고 물이 흐르는 모습까지 포함하여 구성되는데, 이를 장풍득수의 땅, 혹은 풍수명당 등으로 불리며, 이른바 풍수명당도로 표현된다(Figure 1 참조).
이와 같이 풍수 이상지 개념에서 사신은 사산(四山)으로 구성된다는 것이 상식인데, 위에서 살펴 본 대로 『택경』과 그 영향을 받은 『사쿠테이키』에 나오는 사신은 언덕․유수․대도․연못(김두규는 이를 岡川道池로 표현 Kim, 2010: 59-60)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 차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헤이안쿄(교토)의 도시계획에 있어서 사신은 청룡=가모가와(鴨川), 주작=오구라이케(巨椋池), 백호=산인도(山陰道), 현무=후나오카야마(船岡山)라는 설이 일반화 되어 있다(Suzuki, 2009 및 Figure 2 참조).
헤이안쿄 발굴지를 근거로 서쪽의 큰 길인 木嶋大路(고노시마오지)를 백호로 보기도 하는데(Ibid.), 여하튼 岡川道池를 사신으로 하는 견해이며, 이는 『택경』과 『사쿠테이키』의 구절을 따르는 것이다. 이는 사산의 사신상응을 포함한 풍수 이상지로서 정형화된 모델 이외에 岡川道池를 사신으로 하는 사신상응지 모델이 함께 존재했고, 그 것은 주로 거택에 적용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앞서 언급한 Suzuki Ikei(2009)도 유사한 견해를 피력하고 있고, 중국에서 출판된 현대의 풍수서(Cheng, 2005)에도 풍수 이상지의 모형 외에도 일반화된 다른 모형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주택 최적지의 모형으로 강천도지의 사신지가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Figure 3 참조).
a: China b: Korea
Figure 1. Conceptual diagrams of Fungsu ideal place (From China and Korea)
Data: Cheng(2005), The National Folk Museum of Korea(2006)
Figure 2. Land form of Heian-kyo
Data: Google map
a b
a: The most propitious place for village
b: The most propitious place for house (The place of four gods)
Figure 3. The most propitious places of village and house
Data: Cheng (2005)
이러한 강천도지를 사신으로 보는 모델은 풍수의 이상지를 좀 더 간편하게 설명하는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원론적인 풍수이상지(Figure 1 참조)는 사실 사산을 사신으로(장풍) 하는 것 외에도 반드시 물이 있어야(득수) 이상지가 되는데, 사신상응이 사산에 의한 장풍만을 의미한다면 그것만으로는 풍수의 이상지가 완성될 수 없다. 그래서 장풍과 득수를 함께 아우르는 강천도지의 사신개념이 나왔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또한 풍수 이상지에 대한 간편한 다른 표현으로 배산면하(背山面河), 배산임수(背山臨水), 산하금대(山河襟帶)와 같은 용어들이 있는데, 이는 모두 삼태기나 말 안장처럼 산이 좌우와 뒤로 둘러싸고, 앞에 물이 있는 지형을 지칭한다. 이러한 지형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뒤에 산이 있어 계절풍 지역인 동아시아에서 겨울에 북풍을 막아주고, 여름에 앞의 물로부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앞의 물은 생활용수로 쓰인다.
이 배산면하의 지형과 강천도지의 사신지는 거의 같은 개념이지만, 후자는 물길과 도로가 추가되어 있어 장풍지의 편안함보다는 득수지의 소통이 더 강조된 것으로 보인다. 동쪽의 물길과 서쪽의 길은 무엇보다 사람이 사는 주거를 다른 곳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 연결로를 통해서 물자와 사람이 유통되고, 그 주거지가 융성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적합한 도읍지를 정하기 위해 약 100년 동안 다섯 번의 천도가 있었고, 최종적으로 794년에 헤이안쿄(平安京)에 정착해 1868년 황궁이 에도(오늘날의 도쿄)로 옮겨질 때까지 약 천년 동안 유지되었다. 시행착오를 거친 수도들은 후지와라(藤原), 헤이조(平城-나라), 나니와(難波-지금의 오사카지역), 나가오카(長岡) 등이다. 이 새로운 도읍을 건설하면서 일본에서는 당나라로부터 받아들인 양택풍수가 적용된 것인데, 이 풍수의 개념이 헤이안 시대 귀족들의 정원에까지 적용된 것이다.
앞에서 논한 바와 같이 헤이안시대 사람들은 유수, 대도, 연못, 언덕으로 사신으로 삼는 개념을 헤이안쿄 도시계획에 적용하였고, 주택에서도 축소하여 그 모형을 적용하려고 했었다. 헤이안쿄는 바둑판 모양의 택지로 구획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사신을 갖추기 위해서는 서쪽의 길 외에는 집터 내에 인공적으로 조성할 수밖에 없다. 즉, 동쪽의 유수는 계류(야리미즈 遣水)가 되고, 남쪽의 연못은 남쪽 뜰(난테이 南庭)에 있었던 연못이 될 것이다. 북쪽의 언덕에 대해서는 사쿠테이키 에 특별한 언급이 없는데, 위의 기술을 정직하게 해석한다면 북쪽에 편백나무를 심어 현무를 대신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뒤에 있는 건물이나 담장이 대신했을 수도 있다.
Figure 4 신덴 저택의 수로(즉, 야리미즈와 연못) 개념도인데, 대개의 경우 a나 b와 같이 동쪽에 계류가 있어서 남쪽으로 흘러 연못에 이르고, 연못의 물은 d와 같이 남서쪽에서 흘러나가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c의 계류는 부지가 클 경우 계류를 하나 더 만드는 경우이다.
서쪽 방향에는 대지를 구획하는 큰 길이 남북으로 구성되어 있어 그것이 백호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주택 건축에 적용된 이 사신상응의 개념은 좀 더 좁혀서 설명하면 정원을 만드는 원리로 쓰인 것이다.
Figure 4. Diagram of water flow in the Shinden garden
Data: Tatara et al. (1992)
풍수에서는 위와 같이 사신을 갖춘 땅에서 생기가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곳을 혈(穴)이라 하고, 그 혈 앞의 땅을 명당(明堂)이라 한다. 위 그림에서 보이듯이 신덴(寢殿) 정원에서 혈 자리는 가주가 거처하는 침전(Figure 4의 ① 참조)이 되고, 명당은 그 앞뜰, 즉 난테이(南庭)가 된다. 난테이는 정원의 중심이고, 신덴 건축의구심점이 된다. 즉, 정원=명당 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명당으로서의 정원 개념은 일본에만 있는 개념인가? 동아시아 전통에서 이 명당 개념은 사람이 사는 곳(음택까지 포함하여)에는 어디나 적용된 개념이었다. 와타나베 요시오(Yi trans., 2010: 34-40)는 이 명당모델을 상징적인 원공간(原空間)이라 부른다. 동아시아에서 이 상징화된 명당모델은 도시, 마을, 주택, 묘지 등 모든 인간 조영물의 판단 기준이 되는 이상적인 모델이 되었다.
이 모델(Figure 5 참조)은 풍수론에서 나경(풍수 나침반)과 같이 방위와 분할된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정방형의 아홉 개 칸으로 분할된 마방진으로 되어 있다.
이는 소위 낙서(洛書) 체계에 따른 것이고, 기원후 1세기경 한(漢) 대의 예기(禮記) 에 이르러 완성된 것이다. 1개의 방은 중앙에 있고, 주위에 있는 8개의 방은 방위를 나타낸다. 간지에 의한 12방위와 1년 12개월이 나타나 있고, 사계절과 사신, 팔괘, 오행도 배치되어 있다. 화살표는 오행의 순환을 가리킨다.
Figure 5. Myeongdang model as a symbolic proto-space
Data: Yi trans. (2010: 36)
2. 사방에 나무심기
앞의 풍수론 일본 전래 부분에서 사신상응지를 다루었는데, 그 내용 중에 자연상태에서 사신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경우, 사방에 나무를 심어 사신을 대신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나무로 사신을 대신하는 것은 이른 바 비보 풍수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비보의 원리보다는 사신을 대신하는 나무들의 식재원리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쿠테이키』에 나오는 나무로 사신을 대신하는 내용은 앞서 언급했듯이 『돈황택경』, 『영조택경』, 『산림경제』에 등장하는데, 방위에 따라 나무를 심는 이론은 좀 더 거슬러 올라가 『제민요술』(齊民要術, Qiminyaoshu)에까지 이르게 된다.
『제민요술』은 중국 북위(北魏)의 북양태수(北陽太守)였던 가사협(賈思勰, Jiasixie)이 6세기 전반에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농업기술서로 오곡․야채․과수․향목(香木)․상마(桑麻)의 종식법(種植法), 가축의 사육법, 술․간장의 양조법 그리고 가공․판매․조리의 과정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여기서는 방위에 따라 나무를 심는 법에 대하여 『사쿠테이키』 와의 연관성을 살피고자 한다. 위에서 말한 여러 고전들에 언급된 방위에 따른 식재법을 정리하면 Table 2와 같다.
연대 상으로 볼 때 『제민요술』에 나오는 방위에 따른 식재법이 이어져 내려옴을 알 수 있는데, 그렇게 심는 이유는 그 나무가 가진 생태적 특성, 음양오행론, 또 나무와 관련된 중국의 문화적 전통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Table 2. Planting methods according to directions
Direction |
Qiminyaoshu |
Dunhuanzhaijing |
Sakuteiki |
Sanrimgyeongje |
East |
9 peaches |
8 paulownias |
9 willows |
peach/willow |
West |
9 catalpas |
9 walnut trees |
7 catalpas |
gardenia/elm |
South |
9 jujube trees |
7 jujube trees |
9 cinnamons |
plum/jujube |
North |
9 elm trees |
6 elm trees |
3 cypresses |
apple/apricot |
먼저 동쪽에 심는 나무를 보면, 버드나무(『사쿠테이키』 , 『영조택경』)와 복숭아나무(『제민요술』 ,『영조택경』 ), 오동나무( 『돈황택경』 )로 유사한 나무가 겹친다.
동쪽은 오행론에서 봄을 가리키고, 색은 푸른색이다. 버드나무는 봄에 일찍 싹(버들강아지)이 트고, 유연한 버드나무 가지는 청룡을 연상시킨다. 또한 『제민요술』 에는 “정월 아침에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문 위에 두면 백귀가 집에 들어오지 못한다”(術曰, 正月旦取楊柳枝著戶上 百鬼不入家)(Ku et al. trans., 2006: 285)라고 해서 역시 봄을 의미한다. 그리고 복숭아나무도 봄에 꽃이 피어 봄을 상징한다.
『제민요술』 에는 “동방에 복숭아나무 아홉그루를 심으면 집안의 자손이 번창하고 재앙이 없어진다”(術曰, 東方種桃九根宜子孫 除凶禍)(op. cit. : 296)라고 하고 있다. 『돈황택경』 에서는 동쪽에 靑桐八根을 심도록 하고 있는데, 푸른색(靑)은 동쪽을 의미한다. 『돈황택경』 에서 복숭아나무에 대해서는 방위에 대한 언급이 없이 “복숭아나무는 백가지 나무 중 악한 것이니 집 앞에 심으면 백귀가 집에 들어오지 못한다”(桃木者 百木之惡 種舍前 百鬼不入宅)(Jin eds., 2007: 48)라고 하고 있다.
서쪽을 보면 개오동나무(楸: 『제민요술』 , 『사쿠테이키』 ), 가래나무(梓: 『돈황택경』 ), 치자와 느릅나무(梔楡: 『영조택경』 )이 제시되어 있다. 오행에서 서쪽은 가을을 의미하고 색은 흰색이다.
개오동나무(楸) 글자에 가을 추(秋) 자가 들어 있어 가을과 쉽게 연관이 되고, 치자나무의 꽃은 흰색이다.
『제민요술』에는 “術에서 ‘집의 서쪽 편에 개오동나무(楸)8) 9그루만 심으면 수명이 길어지고 백가지 병을 물리친다’고 하였다. 『잡오행서』에 이른 바는 ‘집 서쪽에 가래나무(梓)와 개오동나무(楸) 각각 5그루씩만 심으면 자손들에게 효도의 길을 따르게 할 수 있고 이런저런 구설을 일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術曰, 西方種楸九根, 延年百病除. 雜五行書曰, 舍西種梓楸各五根, 子孫孝順, 口舌解消也)(Ku et al. trans., 2006: 385)라고 하고 있어서 서쪽에 梓와 楸를 같이 심는 풍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남쪽의 경우, 대추나무(棗: 『제민요술』 , 『돈황택경』 , 『영조택경』 ), 매화나무(梅: 『영조택경 ), 계수나무(桂: 『사쿠테이키 )를 심는 것으로 되어 있어 대추나무가 가장 일반적이다.
남쪽은 오행에서 여름과 붉은 색을 가리키므로 대추나무 열매의 붉은 색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제민요술』 에서는 “『잡오행서』에는 집안의 남쪽에 대추 아홉 그루를 심어놓으면 현관(縣官)을 피하는 데 적절하고 잠상(蠶桑)에 좋다”(雜五行書曰, 舍南種棗九株, 辟縣官, 宜蠶桑)(ibid.)라고 하고 있다. 『사쿠테이키』에 나오는 계수나무에 대해서는 『제민요술』에 언급은 없으나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는 “백병을 치료하고 정신을 기른다”(治百病, 養精神)(Mizuno, 2008에서 재인용)고 되어 있다. 계수나무는 또한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는 녹음수이며, 동그란 잎사귀들이 대단히 아름다운 나무이다.
북쪽에 심는 나무로는 느릅나무(楡: 『제민요술』 , 『돈황택경』 ), 편백나무(檜: 『사쿠테이키』 ), 능금나무와 살구나무(柰杏: 영조택경 )가 추천된다. 『제민요술』 에서는 “술에서 말하기를 북방에 느릅나무 아홉그루를 심으면 잠상(蠶桑)에 좋고 밭 곡식이 좋다(術曰, 北方種楡九根, 宜蠶桑, 田穀好)(Ku et al. trans., 2006: 367)라고 해서 다른 나무나 농작물과의 연관하여 이로움 점을 설명하고 있다.
『돈황택경』 에서는 ”느릅나무는 백가지 나무 중 작은 곳집이다. 집 뒤에 그것을 심으면 사람이 재물을 얻게 된다.“(楡木者, 百木之少府, 種之于舍后, 令人得財)(Jin eds., 2007: 48)라고 하여 그 유용성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느릅나무는 식용, 약재, 목재로서 쓰임새가 많은 나무이다. 『사쿠테이키』에서 말하는 편백나무(檜)에 대하여 다무라 쓰요시(Tamura, 1964: 284)는 중국에서는 일명 栝(일본음 뱌쿠신)이며, 柏(일본음 고노데가시와)과 유사한 것으로서 일본의 편백나무(히노키) 류 인 것은 틀림없지만, 일본의 히노키는 일본 원산이라고 하고 있다. 이 편백나무를 북쪽에 심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 측 전적에 나오지 않는데, 현무를 대신해서 집의 뒤쪽(북풍이 부는)에 심기에는 상록침엽수인 편백나무가 적당하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주 8. Ku, Ja-Ok 등은 楸를 호두나무로 번역하고 있다. 그리고 제민요술 바로 앞쪽(384쪽)에 “가래나무와 호두나무가 서로 같은 종류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자전에는 楸가 개오동나무와 호두나무의 두 가지 뜻이 모두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제민요술을 고려하면 楸가 호두나무를 뜻하는 것 같으나, 대부분의 일본 연구서들은 개오동나무로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사쿠테이키』에 언급되는 나무 중에서 개오동나무(楸)와 계수나무(桂)는 『사쿠테이키』시대에는 일본에 도입되지 않았다고 추측되기 때문에, 『사쿠테이키』의 언급은 일본의 생태에 실제로 적용했다기 보다는 중국 전적을 소개하는 의미였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op. cit. : 283-284).
집의 사방에 나무를 심는 것과 관련하여 중국 전적과 『사쿠테이키』에 나오는 나무들은 그 유용성과 관련하여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집에 심는 나무는 관상도 중요하지만, 그 유용성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된 나무들 중에서 그 열매를 먹는 과수(桃, 梓, 棗, 梅, 柰, 杏)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또한 대부분이 약재로 쓰이는 나무들(버드나무 꽃 柳花, 복숭아씨 桃核, 대추 大棗, 매실 梅實, 느릅나무 껍질 楡皮, 치자열매 梔子, 살구씨 杏仁, 계피 桂皮등)이다.
다음으로 사신을 대신하는 나무의 숫자에 대해 그 의미를 추적해 보고자 한다. 『사쿠테이키』 의 숫자는 역과 풍수의 기본원리 중의 하나인 하도와 낙서에 나오는 숫자(Figure 6 참조)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이들을 비교해 보자.
Figure 6. Hetu, Luoshu
Data: Kim, S. (2010: 70)
a b
a: Sanrimgyeongje (Jang et al. trans. 1985: 41)
b: Imwongyeongjeji (Jeong et al. trans. 2012: 1339)
Figure 7. Yongdoseo and Gwuimunwon
『사쿠테이키』의 경우, 낙서의 숫자(즉, 위에서 언급한 명당 모델의 방위에 따른 마방진 숫자들: 동-3, 서-7, 남-9, 북-1)와 둘은 일치하고, 둘은 틀리다. 즉, 남의 9, 서의 7은 일치하지만 다른 방위는 맞지 않는다. 그러나 『돈황택경』 에 나오는 나무숫자는 하도의 바깥쪽 숫자(동-8, 서-9, 남-7, 북-6)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것은 홍만선의 『산림경제』에 등장하는 용도서(龍圖墅: 河圖의 원리에 맞춘 별장)와 귀문원(龜文園: 洛書의 원리에 맞춘 장원)이다. 그는 이와 같이 역의 원리에 근거한 정원을 경영하는 법을 설명하면서 용도서의 바깥쪽에 “북쪽에 해송(海松) 6주, 동쪽에 회목(檜木) 8주, 서쪽에 솔(松) 9주, 남쪽에 자단(紫檀) 7주”를 심어 용도서를 만든다고 하고 있다(Jang et al. trans., 1985: 41).
『돈황택경』과 나무 종류는 다르지만 숫자는 일치한다. 그리고 이 용도서와 귀문원은 서유구 『임원경제지』의 이운지에도 역시 등장한다
(Figure 7 참조).
이는 중국의 양택풍수서에 하도의 원리에 따라 사방에 나무를 심는다는 이론이 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사쿠테이키』 에 나오는 기술도 나무 종류와 숫자는 다르지만 그 구조는 역시 동일하다. 따라서 『사쿠테이키』 의 경우도 당초에는 이와 같은 역(易)의 원리에 따라 숫자가 정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면 정원이란 앞서 언급한 명당 모델이기도하며, 나아가 우주의 원리에 따라 인간의 주거를 만들려는 인간의 꿈을 반영하는 공간이기도 한 것이다. 용도서와 귀문원은 상상과 이론일 뿐 실제로 구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사쿠테이키』 에서도 역시 이러한 인간의 꿈을 중국의 여러 전적을 참고하여 기록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3. 기의 흐름
『사쿠테이키』에서 사신상응 혹은 명당 모델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내용은 물이 흐르는 방향과 기의 순환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인 풍수의 최종 목표도 생기(生氣)가 충만하고 그것이 잘 순환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기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 순환되는 것은 정원을 만드는 작정원리가 된다. 이는 현대 조경에서 생태적인 순환이 중요한 조건인 것과 같다.
『사쿠테이키』에서 말하는 수류의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그림 4에서 살펴보았듯이 북동쪽의 수원에서 물이 흘러나와 동쪽 건널 복도 밑을 지나 남쪽의 연못에 이른 뒤에 다시 남서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보면 동→남→서로 흐르는 물이 순류(順流)이고, 서→동으로 흐르는 물은 역류(逆流)로 간주된다. 원문을 살펴보자.
"가장 먼저 수원(水源)의 방향을 결정하여야 한다. 경서에 따르면 물이 흐르는 적정한 길은 동쪽에서 남쪽으로 다음에 서쪽으로 향하는 것이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것은 역류로 간주된다.
따라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것이 정상적인 관행이다. 또한 물을 동쪽으로 부터 끌어와 건물 밑으로 흐르게 한후 남서쪽으로 내보내는 것이 최고로 길하다. (Kim trans., 2012: 60)"
"물은 동쪽에서 흘러들어와 건물들 밑을 통과하여 남서쪽을 향해 나가 모든 악한 기운을 씻어내야 한다. 다른말로 하면 청룡의 물을 사용하여 백호의 대도로 모든 악을 씻어버리는 것이다. 그러한 장소에서는 어떤 저주나질병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op. cit. : 81)"
동→남→서로 흐르는 물이 좋은 방향인 이유에 대해서는 “청룡으로부터 온 물이 모든 악한 기운을 백호의 대도로 씻어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남서 방향은 악기가 빠져 나가는 길이기 때문에 산을 만들어 막아도 안 된다.
"이것은 청룡으로부터 온 물이 모든 형태의 악을 백호의 길로 씻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행하는 집 주인은 질병을 피하고 건강 장수하며 행복한 생활을 누리게 될 것이다. (op. cit.: 60)"
"연못에서 물이 흘러나가는 곳은 반드시 남서쪽이어야 한다. 그래야 청룡의 물이 백호의 대도로 머리를 향하고 그와 함께 모든 사악한 기운들을 쓸어갈 것이다. (op. cit.: 80)"
"정원의 남서 방향에 산을 만들지 말라. 그러나 산너머로 길을 만들면 장애가 없을 것이다. 산에서 문제는 그것이 백호의 길에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방향의 길을 막는 산을 만드는 것은 금기이다. (op. cit.: 76)"
또한 물을 북에서 남으로 보내는 것에 대한 음양오행론적 해석이 보인다. 북에서 동으로 갔다가 남으로 가는 방향은 순류에 포함된다.
"북쪽이 물의 방향이고 남쪽이 불의 방향이기 때문에 물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보낸다는 이론이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양의 방향으로 음을 보내, 두 힘이 서로 마주치게 하고 조화로운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볼때, 물을 북쪽에서 남쪽으로 직접 보낸다는 설도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아니다. (op. cit. : 61)
이와 같이 물이 동→남→서로 흘러야 한다는 원리는 명당 모델(Figure 5 참조)에 있는 화살표 방향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흐름은 오행의 상생 순환방향을 따르고 있다(Mizuno 2008). 즉, 오행에서 東(木)→南(火)→중앙(土)→西(金)으로 가는 것은 오행상생 순환에 맞다. 즉, 木은 火를 낳고(木生火), 火는 土를 낳고(火生土), 土는 金을 낳는(土生金) 순환이다. 헤이안쿄의 지형이 북동쪽이 높고 남서쪽이 낮기 때문에 물이 자연히 남서쪽으로 흐른다는 설명도 있는데(Tatara et al., 1992), 헤이안쿄의 좌경(左京, 동쪽)에 주로 귀족들의 저택이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는 설명이다(Figure 8 참조). 이는 거꾸로 해석하면 풍수원리에 맞는 부분을 귀족들의 집터로 설정하였다는 설명도 된다.
Figure 8. Diagram of Heiankyo
Data: Tatara et al. (1992)
그런데 『사쿠테이키』에서 반복해서 언급되는 청룡에서 오는 물로 악기를 백호의 길로 씻어낸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가?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물 혹은 물길이 가지고 있는 정화작용이다. 물은 기본적으로 집안의 더러운 것들을 씻어 내리는 역할을 한다 9). 또한 물길은 낮은 위치에 있기 때문에 물길을 통해서 바람 길도 함께 형성되고, 바람 길을 통해서도 정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주 9. Jo, In-Cheol(2008: 420)은 “풍수향법에서 볼 때 물은 길한 곳에서 들어와 흉한 곳으로 빠져 나가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즉, 물은 맑은 물이 들어와서 더러운 물로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을의 득수처에서 시작한 물은 마을을 통과하면서 여러 가기 오염물질과 합해져 빠져나가게 된다… 수구사와 마을 숲을 통과한 물은 일정부분 정화된다.” 그는 물이 일차적으로 오염물질을 씻어가고, 다시 수구관쇄, 마을 숲 등 풍수적인 작용에 의해 물이 정화되는 이치를 생태학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풍수론의 생기와 악기의 문제는 음양론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음양론적으로 보면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하나의 실체의 두 가지 상반된 모습, 즉 표리의 관계이다. 생기와 악기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악기는 생기의 다른 면이고 풍수적 조건이 맞지 않으면 발생한다. 악기는 살기(煞氣)라고도 표현한다. 예를 들어 풍수 원리에 따르면 시냇물이 용이나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완만하게 흐르고 깨끗하면 생기가 되지만, 직선으로 급하게 흐르거나 탁하면 그것이 살기가 된다.
Figure 9는 여러 자연물과 현상에 따라 생기와 살기가 되는 양상을 도표화한 것이다. 『사쿠테이키』에서 악기를 씻는다는 의미는 기가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고, 막혀 있지 않으면 생기가 흐르고, 따라서 악한 기운이 그 생기에 의해 씻겨 나간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생태학적으로 볼 때, 물에 의해 씻겨가는 것 중에는 더러운 것들도 있지만 영양물질들도 같이 있고, 적절한 속도로 잘 흘러가면 오염물질은 정화되고 영양물질이 공급되어 물속에 서식하는 생물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하지만, 정체되면 정화가 되지 않고 부패가 발생하며, 너무 급속히 씻겨 가버리면 영양 부족 상태가 될 것이다. 즉, 물길은 악기를 씻는 역할과 생기를 보전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Figure 9. Saenggi and Akgi
Data: Yi trans. (2010: 39)
4. 곡선과 비대칭
『사쿠테이키』에는 곡선과 비대칭이라는 풍수적 원리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곡선의 경우, 계류의 모양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물길이 곧으면 물이 곧바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구불구불 완만하고 유장하게 흐르는 것이 풍수적으로 이상적인 형태이다. 풍수에서 물이란 곧 생기의 실체인데10), 그것이 빠르게 빠져나가도 안 되고 멈추어 정체되어 있어도 안 된다. 『사쿠테이키』는 물길의 모양과 주거의 위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는데, 풍수서에 나오는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큰 강 양식(大河樣)은 뱀이나 용이 지나간 길처럼 만들어야 한다. (Kim trans., 2012: 46)"
"경서에 따르면, 정원계류(야리미즈, 遣水)의 만곡부 안쪽이 용의 배(龍腹)로 간주되며 그곳에 집을 지으면 아주 좋은 것으로 여겨진다. 반대로 만곡부 바깥쪽-용의 등(龍背)-은 불길한 것으로 여겨진다. (op. cit. : 61)"
풍수고전인 『청오경』에 의하면
“산이 (그치어) 모여 쌓이고 물이 감돌아들면 자손이 번창할 것이고, 산이 달려나가고 물이 세차게 흘러 나가면 남의 종자가 되어… 기는 바람을 타면 흩어지고 (용의) 맥은 물을 만나면 머무는 것이니 길게 감돌아 싸안아 주는 곳에 갈무리해야 부귀의 땅이라 할 수 있다(山頓水曲 子孫千億 山走水直 從人寄食…氣乘風散 脈遇水止 藏隱蜿蜒 富貴之地)”(Choi trans. and comment., 2012: 29-30)라고 하고 있다.
『사쿠테이키』 에서와 같이 물길은 곡류해야 하고, 또 감싸 안는곳(용의배)이 주거로 좋다는 것이다. 감싸 안는 곳(용의배)은 물의 공격사면을 피하여 포인트바(point-bar) 면(곡류하는 하천에서 공격사면의 반대쪽에 형성되는 퇴적 지형)을 말하며, 충적의 지세가 되어 비옥하고도 물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op. cit. : 31).
따라서 이와 같은 곡류천의 모양은 『사쿠테이키』에 나오듯이 정원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는데, 그 사실은 당시의 신덴 정원을 묘사한 두루마리 그림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Figure 10 참조).
주 10. 금낭경(장경)에는 “氣는 水의 근본이며, 氣가 있다는 것은 水가 있다는 것이다(氣者水之母 有氣斯有水)”(Choi, Chang-Jo trans. and comment.,
Figure 10. Curved stream depicted in Honenshonineden(法然上人繪傳)
Data: ono (2008)
『사쿠테이키』에는 계류에서 나타나는 곡선 원리와 함께 비대칭 혹은 사선의 원리가 나타난다. 연못 섬에 있는 다리의 방향을 주인의 자리인 중앙계단 기둥 선을 벗어나 비스듬하게 설치하라고 하고 있다. 이는 물길보다 좀 더 상징적인 의미에서 기의 흐름이 직선(즉, 직통으로)으로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구름다리의 밑 부분이 주인의 자리(하레 방향)에서 보이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이점을 고치려면크고 긴돌들을 다리 밑에 많이 놓아야 한다. 다리는 중앙 계단 지붕(階隱)의 중심과 맞추어서는 안 되고, 정원의 중심에서 벗어나게(筋違) 하여야 한다. 그렇게하여 다리의 동쪽기둥이 중앙 계단지붕의 서쪽 기둥과 열을 맞추어야 한다. (Kim trans., 2012: 36)"
Figure 11에 보면 중앙의 주인의 자리에서 보았을 때 연못의 섬과 섬을 이어주는 다리가 중심축에서 약간 비켜나 비스듬히 설치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비스듬히(筋違へ, すぢかへ, 스지카에) 하는 것을 일본 학자들은 일본정원의 미학적 원리중 하나로 보는데(Nitschke, 2007: 60), 이를 풍수의 원리에서 보면 그 의미가 더 명확히 드러난다. 인나지 도시로(Inaji, 1998: 27-29)는 이러한 기법에 대하여 공간적 제한을 디자인적으로 해결하려는 기법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시각을 차단하거나 불분명한 시각을 제공하여 공간을 넓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은 건축 기법이 나중에 16~17세기에 이르면 일본정원에서 “미에가쿠레”(見え隱れ: 보였다 안 보였다 함)라는 수법으로 발전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렇게 중심선에 비켜나게 하거나 차단하여 기가 쉽게 빠져 나가는 통로가 형성되는 것을 막는 것은 분명히 풍수적 사고이며, 그렇게 해서 나온 디자인 원리가 결과적으로 인나지도시로가 말하는 공간적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11).
주 11. 풍수와 관련된 이러한 숨김의 기법은 조경 이론가 애플턴(Appleton)의 조망․ 은신 이론(prospect and refuge theory)으로도 설명된다(Kim, Han-Bai 2010: 92). 그러나 풍수의 원래 목적이 안온한 거처를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조망․은신 이론은 풍수적 사고와 직접 상통한다.
Figure 11. Asymmetrical views of Shinden
Data: Inaji (1998: 13)
『금낭경』에 “氣는 形을 따라 온다(氣因形來)”(Choi trans. and comment., 2012: 189)고 말했듯이 사물의 모양(특히 산의 모양)에 따라 기가 형성되고, 사람은 그 기의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것이 풍수사상이다. 따라서 어떠한 모양에 따라 어떠한 결과가 나온다고 하는 풍수의 형국론(혹은 물형론)이 성립된다. 이 때 어떤 영향을 주는 형상을 시각적으로 차단하거나 덜 보이도록 하는 것도 풍수적인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사쿠테이키』에서 나타나는 다른 예에서 이러한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산의 계곡이 여성을 상징하므로 직접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12)고 하거나, 삼존불석이나 돌을 비스듬히 위치시키라고 하는 부분 등이 그것이다.
"산을 만들 때 그 사이의 계곡이 똑바로 집을 향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집안의 여자가 계곡과 마주보면 불길하다고 하기 때문이다.
또 계곡이 집의 정면을 향하게 하지 말고, 약간 옆으로 틀어 지도록 하라. (Kim trans., 2012: 76)"
"삼존불석이 신덴(寢殿)을 똑바로 향하도록 배치하지 말라. 약간 비스듬히 보이도록 하라.
이를 어기면 불길하다.
건물의 기둥 선에 맞추어 돌을 세우지 마라.
이를 어기면 자손들이 아프고 흉한 일이 일어나며 재물을 잃게 된다. (op. cit. : 75)"
다음은 신덴 정원 양식에서 나타난 불규칙한 곡선형 연못 모양에 대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즉, 연못 호안의 곡선형에서도 풍수적인 사고방식을 읽을 수 있다. 『사쿠테이키』에서는 들쑥 날쑥한 연못의 가장자리 모양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연못 가장자리와 강둑의 형태는 쟁기나 창, 투구 뿔 장식의 무뎌진 모양을 상기시켜야 한다.
연못 둑이나 강둑을 따라 형성될 모래톱은 삽의 끝처럼 뾰족하게 하거나 무사의 투구뿔 장식처럼 들쑥날쑥하게 만들어야 한다. (op. cit. : 49)"
이와 같은 사쿠테이키 의 설명과 유사한 부정형 곡선 연못은 덴류지(天龍寺), 모쓰지(毛越寺) 연못 등에서 볼 수 있다. 덴류지의 방장 정원은 1344년경 선승이자 작정가인 무소소세키(夢窓疎石)가 조영한 것으로서 사쿠테이키 시대보다약 300년 후이지만, 그 연못의 형태는 사쿠테이키 의 묘사와 매우 흡사하다(Figure 12 참조).
연못 가장자리 부분에 쟁기같이 튀어나온 부분 등이 유사하다. 이 정원 연못과 관련하여 Norris Brock Johnson(1989)은 다음과 같이 풍수적 해석을 하고 있다.
"풍수에서는 물이 있으면 기가 모인다고 주장한다. 정원 연못 설계에서 직선의 사용을 피해야 한다. 직선은 기가 빠져나가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인공환경에서 곡선과 불규칙한 형태가 중요한데, 그것은 곡선과 불규칙한 형태가 기를 모으기 때문이다. 덴류지 정원의 연못은 경관 형태나 방위에서 기를 모으는 이상적인 모습이
다. (Johnson, 1989)"
Figure 12. Pond Form of Tenryu-ji Temple
Data: Johnson (1989)
계류의 형태뿐만 아니라, 연못 가장자리 형태도 곡선일 때 생기가 빠져나가지 않는다는 풍수적 설명에 대해서는 생태학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생태학적으로 연못의 가장자리 부분은 물과 육지가 만나는 일종의 점이대(ecotone)13) 로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곳이다. 이 부분이 직선인 것보다 불규칙한 곡선으로 되어 있을 때 호안 전체 길이가 늘어나고(다도해의 해안선과 마찬가지로), 생물다양성이 더 풍부해질 것은 자명하다. 즉, 더욱 생기가 충만한 장소가 될 수 있다.
주 12. 이와 유사하게 산의 형세가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는 예로 김두규는 “현군사”(縣裙砂)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현군사는 여인의 치마를 걸어놓은 모습인데, 골이 진 바위산을 말한다(Kim, Du-Gyu 2003: 14).
그는 또 다른 책(Kim, Du-Gyu 2008: 246)에서 나다니엘 호손의 소설, “큰바위 얼굴”의 예를 들어 이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큰바위 얼굴”을 보고 자란 소년이 나중에 그 바위 얼굴과 같은 인물로 성장한다는 내용이다.
주 13. Yi, Do-Won et al. trans.(2001). p. 71 참조.
5. 산은 제왕, 물은 신하
『사쿠테이키』에는 산을 제왕으로, 물을 신하로 비유하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풍수적 원리를 암시하기도 하고 또한 유교적 세계관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비유를 통해서 또 하나의 작정의 원리를 나타내고 있다.
"어떤 사람이 말하길 “정원(山水)을 만들고 돌을 놓는 일은 깊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흙은 제왕이고 물은 신하이다. 흙이 허락하면 물이 흐르고 흙이 가로막으면 물은 흐르지 못한다. 다른 식으로 보면 산은 제왕이고, 물은 신하이다. 그리고 돌은 제왕을 보좌하는 신하이다. 따라서 물은 산의 성질에 맞추어 흐른다.
그러나 산이 약하면 신하가 제왕에게 대항하듯이 물이 산을 붕괴시킬 것이다. 돌이 산을 지탱해 주지 못하면 산이 약한 법인데, 이는 보좌하는 신하가 없으면 제왕이 약한 것과 같다. 따라서 산은 돌이 있을 때 완전하게 된다. 이는 제왕이 신하들의 보좌를 받아 통치하는 것과 같다. 이것이 정원을 만들때 돌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Kim trans., 2012: 62)"
흙과 물의 관계는 오행론에서 토극수(土克水)의 관계이다.
즉, 흙은 물을 통제하는데, 물이 너무 강하면 홍수 때와 같이 흙이 도리어 붕괴되기도 한다. 이 부분은 흐르는 성질의 물과 정지의 성질인 흙이 생태적 균형을 이루는 것을 당시의 사회체제를 비유하여 설명한 것이다. 이와 같이 풍수적 균형 혹은 미적 조화를 당시의 유교적 사회체제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방식은 중국의 산수화론에도 유사한 것들이 발견된다.
송나라의 산수화가인 곽희(郭熙)의 산수화론인 임천고치(林泉高致) 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큰 산은 당당하게 뭇산의 주인이므로 산등성이와 언덕 숲과 골짜기등을 차례로 분포하여 원근과 대소의 종주(宗主)가 되게 한다. 형상은 천자가 빛나게 남쪽으로 향해 있으면 모든 제후들이 분주하게 달려와 조회하는데 천자가 거만하거나 제후가 배신하여 달아나는 형세가 없는 것과 같다.
(大山堂堂爲衆山之主, 所以分布以次岡阜林壑, 爲遠近大小之宗主也. 其象若大君赫然當陽, 而百辟奔走朝會, 無偃蹇背蹇之勢也)"
"커다란 소나무는 우뚝 솟아서 뭇나무의 표준이 되므로 주위에 온갖 덩굴과 초목들을 차례로 분포하여 끌어당겨 의지하여 붙게 하는 장수가 되게 한다. 그 형세는 마치 군자가 의기양양하게 때를 얻어서 뭇 소인들이 그를 위해 일하는데, 군자가 세력을 믿고 능멸하거나 소인이 근심하고 좌절하는 모습이 없는 것과 같다.
(長松亭亭爲衆木之表, 所以分布以次藤蘿草木, 爲振挈依附之師帥也. 其勢若君子軒然得時而衆小人爲之役使, 無憑陵愁挫之態也) (Kim trans., 2010: 242-243)"
위의 예문에서는 큰 산과 작은 여러 산들의 관계를 천자와 제후의 관계로, 큰 소나무와 뭇 나무들과의 관계를 군자와 소인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산수화에 나타나는 풍경의 미적인 질서를 유교적 왕조 사회의 질서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다. 이는 당시의 사회적 가치(유교적 충성과 의리)를 자연풍경 속에서 발견하고, 또 그것을 경관을 만드는 원리로도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Figure 13. Stones used in making Yarimizu (Garden Stream) of Motsu-ji temple
Data: Picture taken by author (2012)
『사쿠테이키』에 나오는 제왕과 신하의 비유는 이중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처음에는 흙과 물의 양자 관계로, 다음에는 산과 물과 돌(바위)의 삼자 관계로 제시되어 있다. ‘흙-물’의 관
계를 ‘제왕-신하’의 관계로 설명하다가 ‘산-돌-물’의 관계를 ‘제왕-보좌신-신하’의 관계로 설정하여 제왕을 보좌하는 신하를 중간에 끼워 넣고 있다. 이 삼자 관계에서 신하는 백성으로 볼 수도 있다(Kim, 2010: 223-225). 여기서 신하는 넓은 의미에서 백성이고 임금을 도와 백성을 다스리는 보좌신은 역시 일반적인 의미에서 신하이다. 그래서 ‘제왕-신하-백성’의 관계로 일반화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쿠테이키』의 저자는 정원에서 돌이 필요한 이유를 신하가 제왕을 돕는 원리에서 찾는다. 『사쿠테이키』의 저자와 당시 정원의 건축주였던 귀족들은 정원의 돌을 보면서 당시 사회 체제에서 신하들(즉, 결국 자신들)의 모습을 생각했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Figure 13 참조). 그래서 이 구절의 맨 앞에서 “정원(山水)을 만들고 돌을 놓는 일은 깊은 의미가 있다”라는 말로 시작했을 것이다.
김두규는 물과 바위(돌)의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그 부분은 인용하기로 한다.
"『사쿠테이키』는 야리미즈(遣水: 계류)에서 바위(돌)를 배치할 곳을 다루고 있는데, 물이 흙(산)과 부딪쳐서 토사를 유출시킬 우려가 있는 곳, 예컨대 산의 돌출부분, 야리미즈가 연못으로 유입되는 지점, 야리미즈가 흐르면서 공격사면이 되는 곳에 세우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천의 흐름상에서 취약부분을 보강하는 의미이기도 하고, 물의 흘러가는 방향과 유속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백성과 제왕과의 이해관계 충돌에완충 역할을 하는의미를 갖기도 한다. 바위(돌)가 권력을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고 인민(백성)들의 가는 길을 조절하여 통치자와의 갈등을 없애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아름다운 정원, 즉 평화스러운 나라가 만들어진다. (Kim, 2010: 225)"
이와 같이 자연의 생태적 원리 혹은 미적 원리를 사회적 통치 원리에 비유하는 것은 위의 『임천고치』의 예에서도 보이듯이 동아시아의 전통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원야』에도 “주석은 홀로 우뚝 솟아 단아하고 장엄한 자태를 보이게 하고, 벽봉은 재상이 제왕을 보좌하듯이 주석을 보조하는 형세를 지니게 만든다.”(Kim and An trans., 1993: 259)와 같은 구절에서 사회윤리를 작정원리로 삼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통치 체제의 형상을 지형에 적용한 것은 풍수의 형국론과 연결된다.
실제로 풍수의 오성형국론(五星形局論)에서 천하의 대명당이라고 하는 자미원국(紫微垣局)은 “북극성을 천황대제로 하여 문무백관이 둘러싸고 있는 형국”(Jo, 2008: 291-292)이라 말하는데, 통치체제를 명당의 형국에 비유하고 있다14). 이처럼 형상에 의미와 상징성을 부여하는 사고방식은 동아시아의 풍수적 전통이며, 이 또한 『사쿠테이키』에 나타나는 작정원리인 것이다.
주 14. 이는 서선계․서선술의 인자수지 에 나오며, 자미원국에 대한 더 오래된 서술은 양균송의 감룡경 (Kim, Du-Gyu trans. 2009: 42)에 있는데, “자미원에 있는 북극성이 하늘에서 가장 존귀하며, ‘상상(上相: 재상)’과 ‘상장(上將: 상장군)’의 별자리가 네 모퉁이에 이를 보좌하고 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Ⅳ. 결론
이제까지 본 연구에서는 일본 헤이안 시대 중기인 11세기 말경에 성립된 것으로 알려졌고, 동아시아에서(그리고 세계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조원고서인 『사쿠테이키』에 나타난 작정원리들을 동아시아의 전통 원리인 풍수론의 틀에서 고찰하였다.
풍수론은 인간의 건강하고 복된 삶터의 조성과 관련하여 동아시아에서 형성된 담론으로 오늘날의 조경이론에서 볼 때 생태론(과학)에 가깝지만, 동양의 여러 사상체계가 함께 석여 미분화된 개념이다. 본고에서는 『사쿠테이키』에 나타나는 작정원리 중 풍수론과 관련된 개념어들을 5개 추출하여 분석하였는데, 그것은 “사신상응의 땅”, “사방에 나무심기”, “기의 흐름”, “곡선과 비대칭”, “산은 제왕 물은 신하”이다.
땅의 형상에 따라 인간 거처의 길흉화복의 문제에 접근하는 지식체계로서 풍수론은 고대 중국에서 형성되었다. 이 풍수론은 동아시아 세계에 두루 확산되어 깊이 뿌리박은 사상이며, 정원을 만드는 원리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사쿠테이키』 풍수라는 말은 등장하지 않지만, 거기에 반영된 풍수론은 『택경(宅經)』을 중심으로 한 양택 풍수론이다. 조선 후기에 저술된 『산림경제』나 『임원경제지』같은 서적에도 『사쿠테이키』 와 유사한 풍수론이 등장한다.
『사쿠테이키』에서 말하는 “사신상응의 땅”은 동쪽에 유수(流水), 서쪽에 대도(大道), 남쪽에 연못(池), 북쪽에 언덕(岡)으로 둘러싸인 지세를 말한다. 이와 같이 사신(四神)을 설정하는 모형은 사방의 네 산(四山)을 사신(四神)으로 삼는 일반 풍수의 개념과 달리 인간의 거처와 관련하여 장풍득수의 원리를 함께 아우르는 양택풍수의 개념이다. 이 모델은 크게는 헤이안의 도시계획에 적용되었고, 또한 축소된 형태로 귀족들의 정원에
도 적용되었다. 계류와 연못, 뜰이 함께 구성된 정원은 인간의 복된 삶터인 명당을 재현한 것이다.
『사쿠테이키』에서는 이와 같은 사신이 집터에 갖추어지지 않았을 경우, 사방에 나무를 심어 사신을 대신하는 원리가 제시되어 있다. 이와 같이 “사방에 나무 심기” 역시 명당을 만드는 작정원리이며, 6세기 중국의 농서인 『제민요술』과 『돈황택경』의 나무 식재법과 연결된다. 또한 한국의 『산림경제』에 나오는 용도서(龍圖墅: 河圖의 원리에 맞춘 별장)의 식재 원리와도 유사하다.
풍수에서는 생기가 모이고 잘 순환하며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 것을 이상적으로 생각한다. 『사쿠테이키』에서도 “기의 흐름”에 대한 내용이 여러 가지 나오는 데, 이 역시 작정원리의 하나이다. 풍수의 원리에 따라 물길을 설계하는 것은 생기가 유지되고, 악기를 씻어내기 위함이다. 풍수의 생기론에 의한 또 다른 작정원리는 “곡선과 비대칭”의 원리이다. 『사쿠테이키』는 강의 형태를 용이나 뱀이 지나간 길처럼 만들어야 하고, 계류에서 용의 배 부분의 땅에 집을 지으면 좋다고 하고 있다. 또한 다리, 삼존불석 등 경물이 관찰자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중심 축선에서 벗어나 비스듬히(筋違へ, 스지카에) 위치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이는 기가 직통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어떤 영향을 주는 형상을 시각적으로 차단하거나 덜 보이도록 하는 풍수적인 기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사쿠테이키에서 연못의 가장자리 선을 구불구불하고 부분적으로는 튀어나오게 하라는 것도 생기가 모이도록 하는 풍수적인 기법으로 해석된다.
『사쿠테이키』에서는 정원의 의미와 관련하여 “산은 제왕, 물은 신하, 돌은 보좌신”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다. 보좌신의 도움을 받아 백성(신하)을 잘 다스리는 상황을 돌의 도움을 받아 흙(산)이 물길을 잘 통제하는 형상에 비유한 것이다. 『사쿠테이키』시대의 작정가(귀족)들은 정원의 생태적 균형에서 이상적인 사회질서의 의미를 발견했을 것이다. 이는 자연 지형을 사회체제나 인물, 동물, 사물 등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풍수의 형국론과 같고 그것 역시 작정원리의 하나이다.
이상 요약한 바와 같이 사쿠테이키 는 일본의 특수한 정원을 만드는 이론으로 쓰인 책이지만, 풍수론이라는 동양의 오랜 담론이 종합된 책이기도 하다. 동아시아 전통에서 정원이란 아름다운 자연풍경의 재현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자연의 이치에 따라 인간의 복된 거처를 능동적으로 만들어 운명을 바꾸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금낭경』에 풍수를 “탈신공 개천명: 신이 할 바를 빼앗고 천명을 고치는 것(奪神工改天命)” (Choi trans. and comment., 2012: 182)으로 보는 말이 있는데, 정원을 만드는 일도 그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일본 헤이안 시대에 성립되었고, 또 그 시대 특정 양식의 일본 정원을 다룬 이론서로 알려진 『사쿠테이키』에 대하여 동아시아 고대 정원문화 전체 맥락에서 해석을 시도한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의의는 『사쿠테이키』에 나타나 있는 작정원리들을 풍수론이라는 동아시아적 전통에서 다시 이해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정원문화 속에서 『사쿠테이키』의 위치를 재발견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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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접수일 :2013년 10월 3일
심사일 2013년 11월 4일 (1차)
2013년 11월 14일 (2차)
게재 확정일 2013년 11월 18일
ABSTRACT
This study tries to review ‘Sakuteiki(作庭記)', the Book of Garden Making, compiled at the end of the 11th Century during the Heian Period of Japan, from the East-Asian perspective. ‘Sakuteiki' is a Garden Theory Book, the oldest in the world as well as in Asia, and it contains the traditional knowledge of Japanese ancient garden culture, which originated from the continent(Korea and China).
Traditional knowledge related to East-Asian garden culture reviewed in this paper is “Fungsu Theory”(風水, Asian traditional ecology: Fengshui in Chinese; Fusui in Japanese), stemmed from the culture to seek sound and blessed places to live in. Viewed from modern landscape architecture, the Fungsu Theory corresponds to ecology(science). The Fungsu Theory was established around the Han Dynasty of China together with the Yinyangwuxing(陰陽五行) Theory and widely used for making human residences including gardens. It was transmitted to Japan via Korea as well as through direct transaction between Japan and China.
This study reinterprets garden design principles represented in Sakuteiki, which were selected in 5 key words according to the Fungsu Theory. The 5 key words for the Fungsu Theory are “the place in harmony of four guardian gods(四神相應地)”, “planting trees in the four cardinal directions”, “flow of Chi(氣)”, “curved line and asymmetry”, and “mountain is the king, water is the people”.
Garden design principles of “the place in harmony of four guardian gods(四神相應地)” and “planting trees in the four cardinal directions” are corresponding to “Myeongdang-ron(明堂論, Theory of propitious site)”. The place in harmony of four guardian gods mentioned in Sakuteiki is a landform surrounded by the flow of water to the east, the great path to the west, the pond to the south, and the hill to the north. And the Theory originated from Zhaijing(宅經, Classic of dwelling Sites) of China. According to this principle, the city was planned and as a miniature model, the residence of the aristocrat during the Heian period was made. At the residence the location of the garden surrounded by the four gods(the flow of water, the great path, the pond, and the hill) is the Myeongdang(明堂, the propitious site: Mingtang in Chinese; Meido in Japanese). Sakuteiki explains how to substitute for the four gods by planting trees in the four cardinal directions when they were not given by nature. This way of planting originated from Zhaijing(宅經) and also goes back to Qiminyaoshu (齊民要術), compiled in the 6th Century of China. In this way of planting, the number of trees suggested in Sakuteiki is related to Hetu(河圖) and Luoshu(洛書), which are iconography of Yi(易), the philosophy of change, in ancient China. Such way of planting corresponds to that of Yongdoseo(龍圖墅, the villa based on the principle of Hetu) presented in Sanrimgyeongje (山林經濟), an encyclopedia on agriculture and living in the 17th Century of Korea. And garden design principles of “the flow of Chi(氣)”, “curved line and asymmetry” is connected to “Saenggi Theory(生氣論, Theory of vitality)”. Sakuteiki explains the right flow of Chi(氣) through the proper flow and the reverse flow of the garden stream and also suggests the curved line of the garden stream, asymmetric arrangement of bridges and stones in the garden, and indented shape of pond edges, which are ways of accumulating Chi(氣) and therefore lead to “Saenggi Theory” of the Fungsu Theory. The last design principle, “mountain is the king, water is the people”, is related to “Hyeongguk Theory(形局論, Theory of form)” of the Fungsu Theory. Sakuteiki explains the meaning of garden through a metaphor, which views mountain as king, water as the people, and stones as king's retainers. It compares the situation in which the king governs the people with the help of his retainers to the ecological phenomena in which mountain(earth) controls water with the help of stones. This principle befits “Hyeongguk Theory(形局論, Theory of form)” of the Fungsu Theory which explains landform on the analogy of social systems, people, animals and things.
As above, major garden design principles represented in Sakuteiki can be interpreted in the context of the Fungsu Theory, the traditional knowledge system in East Asia. Therefore, we can find the significance of Sakuteiki in that the wisdom of ancient garden culture in East-Asia was integrated in it, although it described the knowhow of a specific garden style in a specific period of Japan.
Key Words: Sakuteiki(作庭記), Classic of Gardening, East-Asian Garden Design Principles, Japanese Garden, Fungsu (風水, Fengshui; Fusui)